어린시절 나는..남들은 '정말 그런 일들도 있을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많이 겪었고,
그 여파로 나의 아름다운 어린시절이 붕괴된 적이 있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잘모르겠다. 원래의 나는 어떤 아이인지.. 어렴풋이 생각나는건 많이 밝고, 웃음이 많았지만, 호기심이 유독 강하고, 새로운것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거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릴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는 그것에 적응을 하며 살아갔다.
그 중에 나는 내가 나의 암울한 시기(그때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를 버티게 해준것은 유일하게 책과 음악이었다.
유난히 책을 좋아해 책 많은 친구를 좋아했고 그 집에 놀러 가면 나는 책을 읽었다. 친구는 싫어했고 친구엄마는 좋아했었다.
그중 일생의 책이 있었는데 일명 전집을 이웃집에서 줬었다.
우리식구는 아빠 직장으로 자주 이사를 다녔는데,
다른지역으로 이사하기전 아들만 둘있는 이웃집에서 주셨다.
그 집에는 나보다 많이 차이 많이 나지 않는 형제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오빠들이 전혀 책을 읽지 않아 처분겸 주셨다.
사실 그 책이 딱봐도 그닥 읽고 싶게 생기진 않았었다. 세계 명작 전집 책이었는데, 권당 약 4~5cm 두께의 표지도 정말 그냥 지루하게 생겼다.
이사를 하고, 그 책들은 내 방 책장에 꽂히게 되었는데,
어느날 한권을 빼서 읽었는데
재미는 둘째치고, 동화책 두께의 책 말고는 읽어본적이 없는 10살 꼬마였던 나는
이 두께의 책을 읽었다는것에 대한 성취감이 너무 좋았다.
그 이후로 독서에 대한 갈망이 깊어져 뭐든 읽은 잡다한독서가가 되었다. ㅎㅎㅎ
독서를 유난히 열심히 했던건, 집안의 안좋은 사정들과 일들로
나는 그 일로부터
멀어질수 있었고, 또 다른 내가 될수 있었고, 내가 바라는 나를 그릴수 있었다.
그 중 꼬맹이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소설은 '톰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의 그 소설 속에서 난
톰이랑 노는 아이가 되었고, 톰이랑 거북이 알을 먹었으며, 허클베리와 함께 모험을 떠났다.
나의 힘든 어린시절은 그 책과 함께 했다.
그 책만 있으면 난 모험가였고, 장난꾸러기였으며, 정의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건 아끼고 아끼던 책인데, 항상 챙겨다니던 책인데... 없어졌다.
마치 의무를 다한것처럼.
그 이후 나는 밥먹을때도, 화장실도, 잘때도..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 되었다.
난 여전히 도망가고 싶을때 책으로 도망간다.
그 책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시든, 만화책이든, 뭐든..
음악 다음으로 나를 살게한, 그리고 정답아닌 정답을 알려주는, 여전히 고마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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